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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수를 사랑하라 / 앤소니 드 멜로

파도치리 2008. 4. 22. 09:29

  

원수를 사랑하라 / 앤소니 드 멜로


"그러나 이제 내 말을 듣는 사람들아, 잘 들어라.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루가 6:27-


사랑을 할 때 당신은 모든 사람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됩니다. 전에는 엄격하고 심드렁하게 보던 사람들을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하지요. 그러면 그들 또한 당신을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할 터이고, 결국 당신이 만든 사랑스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무슨 일로 기분이 잔뜩 상해서 심기가 불편하고 불안 초조해 있을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그때 당신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고깝게 들리며 누가 무슨 짓을 해도 같잖게 보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머리와 가슴이 만든 증오와 분노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되겠지요.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바로 보는 기술’[正見]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단순하고 아름다우면서 아프기도 한 기술을 배우면 됩니다. 이렇게 해보십시오. 당신을 화나게 하고 성가시게 하는 어떤 사람이 있거든, 당신이 보아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저 사람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나쁜 짓을 한 거야?” 이렇게 묻지 말고, “저 인간이 지금 나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해주고 있는 거야?” 이렇게 물으십시오. 지금 당장 해보세요.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생각날 때마다 당신에게 말해주십시오. 듣기엔 아프겠지만 당신을 자유롭게 풀어줄 것입니다. “네가 이렇게 힘든 까닭은 저 인간한테 있지 않고 너한테 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당신이 어떻게 당신을 힘들게 했는지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먼저, 그 사람의 어떤 결함이 당신을 화나게 했다면 그 까닭은 바로 당신 안에 같은 결함이 있기 때문임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은 그게 싫어서 속으로 억누르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그에게 반영(反影)시킨 것입니다. 이건 거의 언제나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대부분 사람이 그런 줄을 모르고 살지요. 그러니, 누가 당신을 화나게 하거든 그의 결점이 당신 마음에, 무의식에 들어 있음을 알아차리세요. 그러면 그가 당신을 자기-발견으로 이끌어 준 데 대하여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당신이 살펴볼 만한 것이 또 있어요. 어떤 사람의 언행이 당신을 힘들게 하거든, 당신이 보고 싶지 않은 당신의 어떤 모습을 그가 바로 지적했기 때문은 아닌지 살펴보십시오. 예언자들이 바른 눈을 떠서 사람들의 잘못과 허물을 보고 그것을 지적했을 때, 오히려 그들은 얼마나 화를 내고 난동을 부렸습니까?


분명한 사실이 또 있어요. 당신은 누가 당신이 기대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해서 성을 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못되게 굴거나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될 때에는 그러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십시오. 화를 내지는 말란 말씀입니다. 진정 당신이 그 사람의 잘못된 행실을 멈추거나 바꾸고자 한다면, 화를 내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겠어요? 분노는 당신의 인식을 흐리게 하고 당신의 행동을 덜 효과적이게 할 따름입니다. 운동선수가 지나치게 흥분하여 평정을 잃으면 오히려 경기를 망치고 만다는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요. 사실 당신은 다른 누구에게도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도 당신과 똑같은 처지에 있다면 당신이 바라는 대로 그렇게 움직일 것입니다. 이 사실을 곰곰 생각해보십시오. 그러면 화가 풀어질 거예요. 당신의 것도 아니고 당신 부모님이 당신 머리 속에 입력시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서 움직일 것을 남에게 요구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당신이 알아야 할 진실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든, 성장한 배경과 축적된 경험 때문에 그가 지금 보여주는 것과 다른 행동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이해하면 곧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는 말이 있지요. 옳은 말이에요. 이렇게 어떤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 당신 눈에 그 사람은 더 이상 고약한 인간이 아니라 불쌍한 장애인으로 보일 것이고, 그러면 그에 대한 당신의 분노는 봄눈 녹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만큼 그 사람도 당신을 사랑으로 대하게 되고, 마침내 당신이 만든 사랑스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마지막 설교들 - 4)

 

 

Anthony de Mello(1931~1987, 신부, 인도)


앤소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는 1931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예수회 신부로서 인도 푸나에 있는 사다나 사목상 담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18년 동안 피정 지도, 기도 연수, 영성 치료 프로그램 등에 중점을 두고 일했다. 그의 명성은 영어·스페인어권에서 특히 자자하다. 1987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나 저술과 녹음된 강의로 우리에게 주옥같은 영적 가르침을 남겨 주었다. 그의 책들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렇듯 많은 사람이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가 모든 사람에게 의문을 갖고 탐구하며 틀에 박힌 사고와 행위에서 벗어나 실상을 직시하고 과감히 참된 자기가 되도록, 늘 완전한 진실을 향해 신명 나는 자유의 비상을 감행하도록 도전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 '일분 헛소리' '개구리의 기도'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  '깨어나십시오' '종교 박람회' 외에 여러 책을 남긴 그의 글들은 거의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동양 지혜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담고 있다. 이는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는 굴레와 감정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자기 지배를 성취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다양한 삶의 굴곡들을 평상심으로 대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출처 : 하나의 뫼
글쓴이 : 한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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